한-왜 정삼회담 마지막 날
지난 3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도쿄 게이오대학 미타캠퍼스 강당에서 강연회를 갖습니다.
그 강연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한일 양국 청년 세대의 멋진 미래를 위해 용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윤대통령의 게이오 대학의 방문, 그리고 강연회의 말미에 언급한 '오카쿠라 텐신'에 대해서 유독 시끄럽습니다. 혹자는 대통령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까지 합니다.
도대체 게이오대학이 뭐고, 오카쿠라 텐신이 누구이기에 이렇게까지 비판이 많은 걸까요?
게이오대학
게이오 대학은 후키자와 유키치(1935-1091)가 설립한 대학입니다. 이 사람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명 개발론자입니다. 처음에는 서양 세력에 맞서서 동양의 삼국의 힙을 합쳐야 하고, 그 첫걸음으로 조선을 문명개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주장에 김옥균과 같은 사람들이 감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갑시정변의 실패 이후 그 유명한 '탈아입구론'을 주장하였습니다.
탈아입구는 말 그대로 일본은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스스로 유럽인이라는 입장을 갖고 유럽인의 눈을 가져야 한다, 조선도 동맹이나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침략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세운 대학이 바로 게이오 대학입니다.
1895년
게이오 대학을 이해하고, 이번 윤대통령의 방문의 맥을 이해하려면 1895년을 기억해야 합니다.
1) 명성왕후 시해 사건
한 나라의 국모가 일본의 낭인과 군인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해입니다. 누구의 표현대로 "일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이름 모를 낭인들에게 잔인한 죽음을 당한 치욕의 날입니다. 이번 윤대통령이 방문한 식당은 렌가타이라고 하는 유명한 식당인데요.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식당이 문을 연 것은 바로 1895년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모가 살해당한 그 해에 설립된 식당, 그리고 일본의 근대화의 상징인 돈카츠와 오므라이스를 메뉴로 정한 함의가 의심되고도 남습니다. 아참, 메뉴의 이름이요. "메이지 탄생"입니다.
2) 관비 유학생
1895년에 고종은 당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서양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왕립대학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국내의 총명한 젊은이들을 모집해서 일본으로 유학을 보낸다는 조항을 갑오개혁 조항에 넣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1895년 1차 관비 유학생이 선발되었고 그 대부분의 학생들은 바로 게이오 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게이오 대학은 약 3백 명의 한국 유학생들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게이오 대학을 한국인 친일파를 양성하기 위한 곳으로 활용하였던 것입니다.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한 대학은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오카쿠라 텐신
그러면 오카쿠라 텐신은 누가일까요?
그는 일본의 조선침략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고, 이를 서구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렸던 사람입니다. 일본의 조선침략을 정당화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죠. 단군의 이야기도 사실 일본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아미카미 동생의 자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한반도를 일본의 적국이 점령하면 일본에게 비수가 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일본은 조선을 소유해야 한다
광대
정상회담은 동네 마실이 아닙니다. 사전에 일정을 충분히 조율하고, 어떤 장소를 갈 것인지 체크가 됩니다. 만일 우리나라에 일본 수상이 왔을 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옆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백범기념관이나 안중근의사 기념관에서 강연을 한다면, 일본이 동의할까요?
일본이 정교하게 세팅해 놓은 무대 위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광대노릇을 한것 같아 참담합니다.
1895년 이후 거의 130년이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은 긴 세월 돌고 돌아, 다시 130년 전으로 회귀했습니다.